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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갈무리

비어 있었습니다. 장마와 뙤약볕을 이겨내고 결실 맺었던 풍요로운 들은 이제 긴 휴식에 들어갑니다. 그러면서도 촌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로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피붙이 일가붙이 가릴 거 없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논 두둑 길로 추수한 볏가리를 싣고 돌아오는 할배의 경운기가 보입니다. 볏짐 탓에 짐칸에 타지 못한 손자 손녀가 뒤를 따릅니다.
늙은 할아비대신 기운 써야할 아비는 큰 도회로 돈벌러 간지 오랜 세월 흘렀습니다. 깊은 산 높은 곳엔 어느덧 첫눈이 왔다고 합니다. 그날 밤, 쌀쌀한 초겨울 바람이 툇마루 넘어 문풍지를 스쳤습니다. 고샅 쪽을 향해 가만히 귀를 기울이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입동입니다.
충청남도 당진에서 찍었습니다.

 


글·사진 노익상 photree@hanmail.net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칼럼니스트로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로 제 땅과 집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꾸준한 걸음으로 찾아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 결과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프로젝트와 동강 사진 축전에 초대 되었으며 연작형태로 여러 매체에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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